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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7일 토요일

사회학의 위기 대처방법

사회학의 위기 대처방법
2010년 05월 31일 (월) 14:42:13전상진 서강대·사회학  editor@kyosu.net
  
 전상진 서강대·사회학 
 
사회학은 위기의 학문이다. 이를 두 가지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사회학이 학문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때는 엄청난 격변의 시기였다. 엄청난 변화에 대한 설명과 이해에 일익을 담당하면서 사회학은 학문으로 제도화됐다. 동시에 학문의 세계에서 사회학은 상시적 위협에 노출됐다. 사회학은 기존의 학문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밥상’에 ‘수저’를 들이밀었다. 사회학은 이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학이 사회 위기를 주된 탐구 대상으로 삼으며 또한 스스로 상시적인 위기 상황에 있음을 반영하듯 ‘사회학의 위기’는 주기적으로 논의돼 왔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뷰라보이(Burawoy)는 그 바통을 가장 최근에 이어받은 주자다. 2004년 제출된 그의 위기 진단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사회학은 첫째, 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으며(invisibility) 둘째, 사회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 수단을 제공하지 못하며(irrelevance) 셋째, 사회에 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뷰라보이가 제안한 해결책은 -이것이 바로 사회학 위기에 대한 첫 번째 대처 방법인데-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사회학의 성과와 업적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홍보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회과학의 분과학문이 그러하듯 특정한 사회 영역을 ‘대변’해야 한다. 마치 경제학이 시장의 확산을, 정치학이 정치적 안정을 위해 봉사하듯 사회학은 시민사회를 ‘수호’하기 위해 복무해야 한다. 이 임무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시민사회는 시장과 정치가 사회적인 것과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것을 막을 유일한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수한 사명을 띤 사회학의 특수 영역을 ‘공공사회학(public sociology)’이라 칭했다. 공공사회학은 支柱이자 동료라 할 수 있는 학술적 사회학과 달리 상아탑에만 안주하지 않으며 실제적인 사회문제에 知的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

공공사회학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물론 격렬한 비판을 포함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강력한 비판은 공공사회학의 ‘개입 야망’을 겨냥한다.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사회적 사안에 직접적인 개입을 표방하는 공공사회학은 과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객관성과 가치중립성을 포기하도록 강요한다. 실제로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과학이라 할 수 있는 경제학은 현재적인 사회적 사안에 대한 실제적 개입을 포기하고 학문으로 남음으로써 오히려 더욱 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동시에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들 비판자들의 결론은 -이것이 위기에 대처하는 두 번째 방법인데- 사회학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사회학의 주장과 반대로 실천적 개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에 대처하는 두 번째 방법의 구체적인 전략은 경제학의 제도적인 기제들을 사회학에 ‘이식’, 온건하게 표현해 ‘모방’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경제학이 정치적 행동과 단호히 결별한 것처럼 사회학도 개입 야망을 포기하고, 수학적 언어와 형식화된 이론으로 단결된 경제학의 분과적 통일성으로 사회학의 내적인 이질성을 극복하고, 경제학처럼 단일하며 응집력을 지닌 전문가 조직이나 학회를 확립해 사회학자들에게 결여된 공동체의식을 배양해야 한다.

서로 대립하는 위기 대처 두 가지 방법은 그러나 한 가지 점에서 동일하다. 즉 성공한 분과학문인 경제학의 족적을 쫓는다. 공공사회학은 경제학이 시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사회학이 시민사회를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들은 경제학의 제도적 기제를 모방하기를 촉구한다. 여기서 다음의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다른 분과학문의 ‘성공원칙’을 사회학이 따를 수 있는가. 아니, 따라야 하는가.

사회학은 그 원칙을 따를 수도 없고 따라서도 안 된다. 그 이유는 사회학의 독특한, 물론 ‘특별한’은 아닌 위상 때문이다. 사회학은 다른 분과학문과 달리 그것의 근거라 할 수 있는 사회 영역이 없다. 예컨대 경제학은 시장의, 정치학은 정치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의미 지평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사회학의 ‘근거 없음’, 더 정확히 대변해야 하는 기능체계의 부재는 -물론 그 대가는 명확한 직업 제시가 어렵다는 점이다- 혁신적 지식 생산에 기여한다. 그 어떤 사회 영역이나 기능 체계의 안정적 재생산을 고려치 않는 혁신적 지식의 생산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03년 경제학의 ‘놀라운 발견’을 소개했다. 미국의 최고 경제학자 중 한 명인 로버트 배로(Barro)는 ‘종교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이미 100년 전에 그것을 발견했다. 합리적 시장의 의미 지평을 벗어나기 힘든 경제학자들은 종교적 신념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데 100년이 걸렸다. 사회학의 독특한 위상을 인정치 않고 다른 학문의 성공원칙을 추종하는 두 가지 방법이 당면 위기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혁신성을 포기하는 것에서 비롯된 사회학의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전상진 서강대·사회학필자는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한국과 독일의 교육불평등 구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했다. 논문으로는 「한국은 지금 다원주의로 간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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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사회학, 탈미국화에 실패했다"…'사회학의 위기' 뼈아픈 自省
비판사회학회․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한국사회학의 사회학’ 공동 개최
2010년 08월 31일 (화) 10:54:02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1999년 이후 사회학과가 설립된 대학은 단 한 곳도 없다. 학부제 실시로 실질적인 학생 수는 감소했으며 심지어 일부 대학의 사회학과는 명칭 변경은 물론 폐과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16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학술대회 ‘한국사회학의 사회학’은 1990년대 이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사회학의 그 원인과 대안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자리였다. 비판사회학회(회장 정근식 서울대)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류석진)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의 화두는 단연 미국이었다. 거대담론의 쇠퇴가 비판적 사회학을 주변화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사진)는 미국 중심의 주류 사회학이 한국 사회학을 지배하면서 사회학의 사회적 영향력이 위축됐다고 꼬집었다. 사회학은 엄연한 기초과학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특징은 간과된 채 응용학문과 도구적 경쟁에 나서면서 사회학의 쇠퇴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미국 출신 유학 박사들의 지적, 인적 지배가 확대되면서 사회학은 학문적 다양성과 주체성으로부터 더 멀어졌다. 윤 교수는 “미국사회학과 연관성이 높을수록 미국에 대한 비판이나 한미관계 혹은 한국사회 현실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미국에 거리를 두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오히려 희한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비판사회학 역시 탈미국화에 실패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념주의로 편향돼 사회현실과 괴리되다보니 탈미국화는 유럽화로 대체되는 것에 머물렀다. 윤 교수는 “지금이라도 사회학이 비판사회학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비판사회학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기했다.
  
 정태석 전북대 교수 
정태석 전북대 교수(사회교육학,사진) 역시 사회학의 실용적 전환을 주장했다. 정 교수는 “사회학적 분석력이 없는 사회통계나 조사방법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우선 대학에서 사회학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학은 다문화사회나 현대사회 노동 등 실용적 학문으로서 새로운 대안담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언론에 의해 강요되는 평가와 대학순위 경쟁은 양적 업적만을 가중시킴으로써 사회학의 질적 연구 쇠퇴를 부추겼다. 정 교수는 “사회학이 이론과 실천을 결합하기 위해선 이론 연구의 과도한 아카데미화와 경험 연구의 과도한 정책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날 국내 사회학의 위기에 대한 사회학자들 스스로의 뼈아픈 자기 비판은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됐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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