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한국사회학을 장기불황에 빠지게 만들었나 | ||||||
비판사회학회, '한국 사회학자들의 역할 정체성 혼란' 논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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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사회학자가 국내 사회학계의 병폐를 조목조목 파헤쳐 화제다. 선내규 서강대 박사(사회학)의 이 과감한 논문은 지난 16일 비판사회학회(회장 정근식 서울대)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류석진)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를 통해 발표됐다. 지난 40년간 한국 사회학자들이 수행해 온 자기성찰적 논의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런 논의들이 지닌 비사회학적 특성의 실체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국내 사회학자 36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역할 정체성과 학술문화에 대한 평가를 설문조사를 통해 정리했다. 사회학자들 스스로가 내리치는 국내 사회학계의 자기 비판은 뼈아팠다. 사회학자 36명 대상으로 정체성 분석 선 박사는 196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 사회학의 자기성찰적 논의들을 크게 ‘학술적 전문성과 학계의 자율성’, ‘사회학의 현실 적합성과 연구자의 현실참여’, ‘이론 및 방법론의 탈식민화’로 요약했다. 특히 선 박사는 한국 사회학의 현실부적합성과 대외종속성에 주목했다. 특정 장에 속한 성원으로서 자신들이 속한 집단만을 객관화하지 못했던 한국 사회학자들의 비성찰성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자기 순환적 논증의 폐쇄회로를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사회학의 어떤 이론이든 서구의 이론적 개념에 의해 ‘가공된’ 우리 역사 안에 정주하고 있을 뿐이란 것이다. 서구 종속성에서 탈피하기 위한 관건은 ‘이론적 생산수단’의 개발이다. 선 박사는 “국제 사회학 공동체에서 소통이 가능하려면 사회학자들이 영어란 언어가 아닌 사회학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이론적 생산 수단을 통한 번역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과연 ‘우리의 자생적 이론 만들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되묻는다.
공정한 경쟁, 엄격한 평가 필요 1990년대 중반이후 지속된 한국 사회학의 장기 불황은 현저하게 낮은 자율성, 사회학자의 역할 정체성 혼란, 사회적 수요의 급격한 축소, 학문후속세대의 고갈이란 악순환의 반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사회학계의 낮은 자율성과 이로 인한 역할 정체성은 학문후속세대로 하여금 국내 학술문화에 대한 불신과 자조만을 낳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학계 학문후속세대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벌차별, 성차별, 대학문화의 비민주성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유학의 길에 오른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사회학자들은 자신들의 역할 정체성과 학술문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선 박사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사회학자들은 한국 사회학이 독자적인 이론 및 방법론 구축해 실패한 채 지적 식민성을 극복하고 있지 못하는 데 동의했다. 대중과의 소통 마저 실패했다는 데도 공감하는 바였다. 사회학자의 역할 정체성을 ‘고도로 전문적인 지식생산자’로 정의한 것과 현실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달랐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학은 서구에 비해 왜 열등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까. 사회학자들은 대학 연구자들의 과도한 행정업무를 첫 손에 꼽았다. 이어 연구자들 간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평가, 정당한 보상의 부재가 원인으로 제기했다. 선 박사는 사회학계 내에서 좀 더 치열한 장내 투쟁을 벌일 것을 촉구했다. “연구보다는 사회자본 축적에 몰두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세력과 투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 사회학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서 사회학(자들)의 정체성 제고를 위해 용기 있는 비판을 던진 젊은 사회학자의 고민이 학계에서 어떻게 수용될 지 주목된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 |
"비판사회학, 탈미국화에 실패했다"…'사회학의 위기' 뼈아픈 自省 | ||||||||||||
비판사회학회․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한국사회학의 사회학’ 공동 개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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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후 사회학과가 설립된 대학은 단 한 곳도 없다. 학부제 실시로 실질적인 학생 수는 감소했으며 심지어 일부 대학의 사회학과는 명칭 변경은 물론 폐과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16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학술대회 ‘한국사회학의 사회학’은 1990년대 이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사회학의 그 원인과 대안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자리였다. 비판사회학회(회장 정근식 서울대)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류석진)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의 화두는 단연 미국이었다. 거대담론의 쇠퇴가 비판적 사회학을 주변화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게다가 미국 출신 유학 박사들의 지적, 인적 지배가 확대되면서 사회학은 학문적 다양성과 주체성으로부터 더 멀어졌다. 윤 교수는 “미국사회학과 연관성이 높을수록 미국에 대한 비판이나 한미관계 혹은 한국사회 현실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미국에 거리를 두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오히려 희한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비판사회학 역시 탈미국화에 실패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념주의로 편향돼 사회현실과 괴리되다보니 탈미국화는 유럽화로 대체되는 것에 머물렀다. 윤 교수는 “지금이라도 사회학이 비판사회학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비판사회학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기했다.
교육부와 언론에 의해 강요되는 평가와 대학순위 경쟁은 양적 업적만을 가중시킴으로써 사회학의 질적 연구 쇠퇴를 부추겼다. 정 교수는 “사회학이 이론과 실천을 결합하기 위해선 이론 연구의 과도한 아카데미화와 경험 연구의 과도한 정책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날 국내 사회학의 위기에 대한 사회학자들 스스로의 뼈아픈 자기 비판은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됐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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