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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5일 수요일

온라인 저널리즘 - 공론장 분석모델

온라인 저널리즘의 길을 묻다 2: 공론장 분석모델

1. 이번 글의 목적은, 공론장 분석을 위한 비교모델(benchmarking) 소개에 있다. 이 비교모델은 인터넷이 주요 전달/소통 매체로 등장하지 않았던 시대의 공론장을 그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다. 1980년대 서유럽 국가들의 의사소통 및 의사형성 구조의 특징들은 무엇이었을까? 블로그와 블로그계의 등장 및 성장, 그리고 온라인 뉴스 소비의 확대는 이러한 80년대 공론장과 다른 구조적 특징을 가능케 할까?
2. 굳이 공론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할까?라는 Joll의 지적에 대해 제한적으로 동감한다. 2.1 하버마스의 규범적 공론장은 ‘존재하지 않았던’ 그 무엇이기에 그렇다. 2.2. 그러나 2009년 한국사회 ‘소통의 지배적 구조와 동학/과정’과 주요 행위주체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들이 어떻게 힘을 잃어가고 있는지 또는 새로운 행위주체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소통 구조와 동학/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다보면, ‘공론장’이라는 개념을 꼭 버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소통 구조와 동학/과정’의 결과물 중 하나인 ‘여론/공론(public opinion)’, ‘서로 구별되는’ 세부 소통 구조들간의 연관관계 분석, 소통 공간 안과 바깥의 행위자-개인, 정당, 정부기관, 경제계, 지역사회 등- 분석 등에서 여러 개념들을 묶어줄 상위개념으로서 공론장이라는 개념은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3.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공론장 모델’은 독일 베를린 사회과학 학술원의 두 학자(Gerhards와 Neidhardt)에 의해 1980년대 연구되었던 이론에 기초한다. 글 출처는 이 글 하단에 적어 놓았다.
4. 이 두 학자의 공론장 모델-이하 ‘베를린 공론장 모델’로 이름지음-은 본인들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하버마스 공론장 개념보다는 루만의 시스템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5. 그림을 보면서 시작해 보자. 아래 그림은 베를린 공론장 모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집적 만들어 보았다(글자들이 너무 작아 알아보기 힘들다면 아래 그림을 클릭!).
베를린 공론장 모델
베를린 공론장 모델
5.1 서로 구별되면서 연관된 공론장들 (위의 그림에서 (1), (2) 그리고 (3)의 타원들)
공론장은 3개 층위(layer)로 구성되어 있다. (1) 사적 (우연한) 만남(encounters): 술집, 직장, 버스 정류장, 커피집 등에서 이뤄지는 대화들이 이 작은 공론장의 다양한 형태들이다. (2) 행사 공론장 (public meetings) 또는 주제별 공론장: 각종 회의, 행사 그리고 집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3) 대중매체 공론장 (the mass media): 말그대로 신문, 잡지, 방송 등 전통적인 전달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공론장을 말한다.
이들 공론장 층위들은 서로 배타적 관계가 아니다. 대학 학생회실/동아리방 등 (물리적)공간에서 하나의 신문/방송 기사를 화두 삼아 사적 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각 층위들은 (A), (B), (C) 그리고 (D)의 관점에서 구별될 수 있다 – 참고: 두 저자의 원글에서는 층위를 구별하는 그 밖의 다른 특징들이 열거되어 있다.
5.2 공론장의 기능 및 의사소통/의사형성 과정
각 공론장 층위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및 의사형성 과정은, 5.2.1 정보수집 (Info-collection), 5.2.2 정보처리(info-processing), 5.2.3 정보적용(info-application)으로 구별할 수 있다. 여기서 ‘정보’라함은 광의 개념으로 대화 소재, 주장, 학술적 지식, 행사 내용, 기사 거리, 결의문 등 전달 및 가공되는 내용 그 모두를 지칭한다.
5.2.1 정보수집(Input)은 ‘관찰’ 및 ‘조사’ 과정 뿐 아니라 언제나 ‘선택(selecting)’ 과정을 동반한다. 그리고 ‘선택’은 사실 ‘배제’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선택 및 배제는 두가지 측면에서 이루어 진다. 하나는 대화/소통의 대상이 되는 ‘정보’의 선택 및 배제이며, 다른 하나는 ‘공론장 참여자’의 선택과 배제다. 전자를 (3) 대중매체 공론장에서는 아젠다 셋팅(Agenda Setting)이라 부른다. (2) 행사 공론장에서 주제 선택과 참여자-특히 사회자, 발표자- 선택은 (2)번 공론장의 구조적 특징을 규정한다. 토론을 통해 청중(audience)이 직접 의사표시를 할 수 있지만, 이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5.2.2 정보처리(Throughput)는 정보/의견이 종합화-해석, 평가, 통합 및 재배치-되는 과정을 말한다. 사적 대화는 ‘기록’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적 대화는 그 대화가 이루어지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당한다. 그리하여 (1) 사적 만남에서는 정보처리 과정이 지속성을 가지지 못하고, 의견이 종합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 및 의사소통도 예를들어 게시판 글 또는 댓글로 기록되고 연결된다면 (1) 사적 만남 공론장에서 ‘정보처리’ 과정은 새로운 성격을 가지게 된다. (2) 행사 공론장 또는 주제별 공론장에는 의제설정 및 발언자(speaker)를 결정하는 행위주체가 존재하며, 이들의 의지와 계획에 따라 ‘정보처리’ 과정은 결정된다. (3) 대중매체 공론장에서 이루어지는 정보처리 과정은 푸코의 비판적 담화론‘프레이밍(framing)’ 등 여러 관점에서 연구되고 있다. 정보/의견이 해석 및 평가되는 과정에서 전달자(speaker)의 주관적 해석틀(frame)이 작용되면서, 정보/의견이 왜곡된다 또는 될 수 있다. 이러한 왜곡 가능성은, ‘정보수집’에서 대중매체가 가지고 있는 선택 및 배제의 힘 – 이른바 대중 매체의 ‘문지킴이(Gatekeeper)‘ 독점력-과 상응한다. 그렇다면 전통적 대중 매체-신문 및 방송-의 이러한 독점력이 약화된다면, (3) 대중매체 공론장은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까? 다른 형태의 독점력을 가진 새로운 행위주체가 탄생할까? 또 한가지. 이러한 정보수집 및 정보처리의 독점력은 그 결과물의 ‘희소성(scarcity)’을 가능케하며 이는 나아가서 대중매체 상품의 높은 가격-신문 등 개별 상품의 가격이 아니라 대중매체 전체 서비스 가격 -으로 이어진다(참조: Picard 2009).
5.2.3 정보적용(Output)은 ‘정보’가 ‘행위’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화자(speaker)와 수용자(audience) 사이에서 결정된 행위는 ‘공감’, ‘약속’, ‘교감/합의(consensus)’, ‘여론/공론(public opinion)’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행위결정의 선택폭은 각 공론장들의 소통구조의 특징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상호작용(B)이 매우 약하고, 이른바 직업적 전문가(D)에 의해 정보수집과 정보처리가 이루어지는 (3) 대중매체 공론장에서 독자/시청자(audience)가 선택할 수 있는 행위는 두 가지다. 계속 그 공론장에 머물거나 공론장 밖으로 나가거나. 이를 exit option이라 칭한다. 대중매체 공론장에서 수용자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voice option-는 매우 제한적이다.
5.3 각 공론장 층위를 구별하는 특징들
(A) 공적 관계 (the public): (1) 사적 공론장에서 이루어 지는 대화/의견교환은 직접적이다. 또한 기록되어 전달될 수 없기에 일회성을 가진다. 이에 반해 (3) 대중매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은 전달 매체에 기초하여(medial) 이루어지며, 그 소통 내용은 기록된다(manifest).
(B) 상호작용 (interactivity): 상호작용의 수준을 결정하는 요소는 수용자(audience)가 선택할 수 있는 행위의 종류와 영향력이다. (3) 대중매체 공론장에서는 ‘공론장에서 빠져나가기 (Exit)-채널 돌리기, 신문 구매하지 않기 등-’가 수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양식이다. 이 행동양식은 시청률, 구독률 등으로 표현된다. 독자편지, 시청자 항의전화-Voice-는 전통 대중매체 공론장에서 수용자들의 주요 행위라 보기 힘들다. 댓글 남기기, 퍼가기, 링크 추천하기, 링크로 연결하기, 재해석하기 등의 수용자 행위는 불가능하다. 
(C) 접근성 및 경계 (access): 하버마스(1962/1991: 52 f.)에 따르면 공론장은 ‘경계(boundary)’를 가지고 있고, 이 경계는 원칙적으로(!) 닫혀있지 않아야 (non-closed) 한다. 묘한 표현이다. 닫혀있지 않아야 하지만, 경계선은 있다! 베를린 공론장 모델은 각 공론장 층위에 존재하는 경계선 성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3) 대중매체 공론장에서 ‘정보수집’과 ‘정보처리’ 영역으로 통하는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철문의 열쇠는 전달자(communicator)와 중개자(mediator)만이 가지고 있다. 수용자(audience)는 수동적으로 소비만 하며, 때문에 개별적인 진입비용-개별 상품구매가격- 또는 기회비용이 매우 낮은 편이다. 즉 대중매체 공론장에서 ‘정보적용’이 이루어지는 영역의 철문은 상대적으로 활짝 열려있다.
(D) 역할구분/전문성(differentiation of roles/professionalism): 공론장에 참여하는 행위주체의 역할은 크게 화자(speaker)와 수용자(audience)로 구별된다. 이 화자는 서로 다른 공론장에서 전달자, 중개자, 발표자, 사회자 등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수용자는 행사/집회 참가자, 소비자, 시청자, 독자 등의 이름을 가진다. (1) 사적 공론장에서는 화자와 수용자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공론장 참여자들의 역할이 서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2)와 (3)에서는 점점 더 이 두 가지 역할이 고정된다. 그리고 고정화는 ‘전문화’의 경향과 함께 한다. 전문 직업(기자, 편집인)을 가진 전달자, 중개자만이 화자로 등장하는 것이 대중매체 공론장의 특징이다.
6. 다소 복잡한 글이 되었다. 베를린 공론장 모델이 현재의 한국사회 공론장을 분석하는데 효과적인 ‘비교모델’이다라고 주장하기에는 내 개인의 확신과 연구가 부족하다. 그러나 다양하고 서로 겹처있는 공론장들의 특성을 보다 세분하여 살펴봄으로서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그리고 위협받고 있는-실명제, 검열 등- 인터넷 또는 온라인 공론장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이다.
참조 글 1: Gerhards, J. / Neidhardt, F. (1991): Strukturen und Funktionen moderner
Öffentlichkeit. Fragestellungen und Ansätze, In: Müller-Dohm, S. /
Neumann-Braun, K. (eds): Öffentlichkeit, Kultur, Massenkommunikation,
Oldenburg, pp. 31-89. 독일어 원문(1990년 판)은 여기를 클릭하면
내려받기 가능하다. 이 두 학자의 이론을 영어로 간략하게 소개한 글은 다음과 같다: Wessler, H. / Schultz,
T. (2007): Can the Mass Media Deliberate?: Insights from Print Media
and Political Talk Shows, In: Butsch, R. (eds): Media and Public
spheres, pp. 15-27.
참조 글 3: Habermas, J. (1962/1991):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2. ed., Frankfurt a.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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