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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5일 수요일

베버 방법론의 문제점 - 사회적 행위론의 한계

연결점으로서 커뮤니케이션/행위

막스 베버의 사회적 행위 개념의 공헌을 부인할 사회학도는 아무도 없을 것이
다. 사회학은 지금까지 이 개념에 힘입어 수많은 업적을 쌓아올렸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일말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개념은 사회 이론
적 관점에서는 중요한 약점을 지니고 있어서, 본 논문의 구조/행위 대립 극복의
관점에서는 전향적 극복의 대상이다.

베버(Weber, 1972: 6)는 주체를 사고의 중심에 두는 학문적 전통에서, 사회적
행위를 행위자가 의미를 품고 지향하는 행위로 정의하였다. 베버는 의미를 주체의
지향의 결과로 이해하며, 사회적 행위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 사고의
이면에는 “주체-의미-사회적 행위”를 시간적으로 위계화하는 도식적 기준이 있다.
이러한 관점은 또한 사회 현상의 분석을 개인주의적 환원(Weber, 1972: 9)에 의존
하는 방법론적 개인주의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루만이 보기에, 베버의 사회적 행
위는 사회적 지시 관계를 결여하고 있다. 사회성의 근거는 개인의 의도된 의미에
있을 뿐이다. 이러한 주관적인 행위 개념은 주체만이 그가 행위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으며, 그것을 주체에게 물어볼 도리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는
이때 - 물질적이든, 선험적이든, 어쨌든 사회 질서 이전에 존재하는 것으로 - 전
(前)사회적인 것으로 생각되어야 한다.”(1985: 8)
그밖에도 사회학적 행위 이론은 사회적 행위를 사회적 관계에서 격리하여 다룸
으로써, 이해 사회학의 목표로 내걸었던 사회적 행위의 진행과 효과의 원인을 설
명하기 위해 그것이 현실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떤 진행과 과정을 겪는지를 추
적하지 않는다. 베버는 그 대신 행위자의 의미 분석에 몰두한다. 그러나 행위자의
의도는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특별한 경우에만 확인될 뿐이며, 보통은 커뮤니케이
션 흐름이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한 개별 심리 체계들의 개별적인) 의식의 흐름과
함께 진행된다. 사회적 행위는 분리된 사건으로서 그 자체가 사회를 구축하지 않
는다.

“[...] 개별 상황에서 [사회적 행위로서] 하나의 개별 행위는 그것이 어떤 사회
적 기술(記述)을 [실제] 야기할 때에만 행동흐름에서 부각된다. (...) 행위가
그것의 시작과 종결로 표현되는 단위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그러한 [사회
적 기술을 통한] 방식밖에 없다.”(1984: 228)

이러한 사회적 행위 개념의 결점을 루만은 “커뮤니케이션/행위” 개념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음으로써 극복하고자 시도한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는
가?
전자는 후자와 달리 인과적 의미 분석의 장점을 지닌다. 반면 후자는 행위의 귀
인을 경험적 사건으로 내장하고 있으며4), 후속 커뮤니케이션을 야기한다. 커뮤니
케이션에서는 타자의 행동의 진의를 추정하는 자아의 이해가 이루어짐으로써 행위
귀인이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함께 구성해나가는 사회생활에서 행위는 당사자의
의도의 결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이 그의 행동의 의도라고 추정
한 내용으로 인정받는다. 그렇지 않다면, 형사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모든 피
고는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며, 학위 논문을 제출한 모든 학위 수료자가 학위를
수여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은 정보와 통보의 차이를 처리한 결과, “제거할 수 없는 보편
적인 의심을 풀어놓으며”(1984: 207), 이것은 후속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는 자
극제 역할을 한다. 후속 커뮤니케이션은 이 지점에서 이전 커뮤니케이션 송신자가
통지한 정보를 수신자가 이해한 (정보) 내용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래서 예를 들
어, 판사는 피고의 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유죄 선고를 내릴 수 있으며, 논문 지
도교수는 제출된 원고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 장치는 커뮤
니케이션 타자의 입장에서 의미를 지향하는 사회적 행위(통보 행위)를 내포하고 있
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자아에 선행하며 자아에 의해 구성되는 의미도 이
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행위는 귀인 과정을 통해 구성된다.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맥락에서든
어떤 의미론(‘의도’, ‘동기’, ‘이해 관심’)의 도움을 받아서든 간에, [커뮤니케이
션] 체계 귀인을 통해 발생한다. 이 행위 개념은 심리적인 것을 배제하기 때문
에, 행위의 충분한 인과 설명을 도출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여기서 선택된 개념 이해에서는 선택이 [...] [커뮤니케이션] 체계 자체에 관련
되고, 이 토대에서 후속 커뮤니케이션의 수신인, 즉 후속 행위를 위한 연결점
이 확정된다는 점이 [...] 중요하다.”(1984: 228-229)


구조/행위 대립 극복으로서 루만의 커뮤니케이션 체계*
이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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