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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0일 토요일

실을 물들이는 사람 + 허유(許由) 고사

묵자가 실을 물들이는 사람을 보고 이렇게 탄식하였다. "파란 물감에 물들이면 파래지고 노란 물감에 물들이면 노래진다. 그러므로 물들이는 일은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을 물들이는 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라의 군주에게도 물들이는 일이 있다." 군주에게 물들이는 일이란 어떤 신하를 가까이 두느냐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말하자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는 파란 물감이 들었다가, 시장원리를 핑계로 그것을 철회할 때는 노란 물감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한 번 공약을 내걸었다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맹자도 "소인은 신(信)을 지키고 군자는 의(義)를 지킨다"고 하였다. 

한 번 뱉은 공약이라고 잘못된 줄 알면서 고집하기보다는, 잘못을 고치고 바꾸는 것이 옳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공약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토록 천대받아서야, 예전 정부든 지금 정부든 옳은 일이 아니다.

<사진설명: 청 나라 화가 예전(倪田)의 '고사세이도(高士洗耳圖)'. 요 임금이 왕위를 받아달라고 청하자, 허유(許由)가 귀를 씻었다는 고사를 그린 것이다. 묵자는 이렇게 말한다. "순 임금은 허유와 백양에게 물들고, 우 임금은 고요와 백익에게 물들었다. 탕왕은 이은과 중훼에게 물들고 무왕은 태공과 주공에게 물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성군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하 나라의 걸왕은 간신과 추치에게 물들고, 은 나라의 주왕은 승후와 악래에게 물들었다. 그래서 나라는 패망하고 자신은 죽게 된 것이다.">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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