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 '소란스럽고 강력한 대륙' 발간]
"위험은 개별 국가 수준 넘어 한·중·일도 협력해야 생존
스코틀랜드 독립해도 EU 견고… 시장·정부 균형이 제3의 길"
기든스는 지난해 낸 신작 '소란스럽고 강력한 대륙(Turbulent and Mighty Continent)'에서 "유럽연합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대륙을 단결시켰다. 개별 회원국이 발휘하는 정치력 이상의 것을 국제정치에서 발휘할 수 있게 됐다"면서 "나는 확고한 유럽연합 지지자다. 더 큰 주권이 주는 혜택의 증거가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어판(책과함께)은 이달 중 출간된다.
―1990년대 말 당신이 주창한 '제3의 길'은 영국 블레어 정부, 미국 클린턴 정부 등에 영향을 줬다. 지금도 유효한가.
"내가 주장한 '제3의 길'은 세계의 정당들이 제도화한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정당과 미디어에서 사용한 제3의 길 개념은 부드러운 대처리즘의 한 형태였다. 반면 내가 주장한 제3의 길은 전후 세계 정치철학을 지배한 두 이념, 즉 자유시장 근본주의(대처리즘)와 국가지배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중도 좌파 정치철학이다. 그 핵심은 시장·정부·시민사회라는 세 사회제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임무는 더 중요하다. 시장을 규제하지 않으면 부(富)와 소득의 정당한 분배를 이룰 수 없다. 불평등은 한 국가 수준에서 교정할 수 없다.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
―인터넷은 민주주의 발전을 가져오지만 정치 혐오도 유발한다고 했는데.
"'제3의 길'을 썼을 때인 1998년에는 인터넷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수십억 인구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이 이끄는 변화는 인류사에 전례가 없는 것으로 향후 어디로 갈지 알기 어렵다. 명확한 것은 인터넷이라는 수평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이 전통적 정치의 속성인 위계 구조, 몇 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단속성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전자 참여라는 새로운 정치 형태가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확산은 다양한 형태의 적대감, 분열과 증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첨단 기술이 가장 퇴행적이고 폭력적인 정치철학과 결합하는 것이다. 중동의 IS(이슬람국가)가 극명한 사례다."
―한국·중국·일본은 역사 문제와 영토 분쟁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동아시아 통합이 가능할까.
"동아시아의 개별 국가들은 기회를 증진하고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협력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EU를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의 통합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개별 국가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거의 없다. 미국 사회학자 대니얼 벨은 '국민국가는 큰 문제를 풀기에는 너무 작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했는데 정곡을 찌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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