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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일 화요일

싸가지의 오해? - 지식문제


요즘 많이 하는 말, "진보가 싸기지 없다"는 지적은 전혀 쓸 데가 없다. 싸가지 있어보일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지식의 유무의 문제인데, 진보가 보통 지식이 많다보니 진보가 싸가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진보가 왜 지식이 더 많은지는 일단 젖혀두고, 지식이 있으면 왜 싸가지없어 보이는지를 말해보려 한다. 글이 기니까, 한줄요약부터 제공한다: "지식있는 사람을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므로 어쩔 수 없다"
다음은 본문.
지식은 힘의 대체물이다. 주변을 완벽하게 콘트롤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지식이 별로 필요가 없다. 내게 해가되는 일이 생기면 즉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이 없으면 해가 되는 일이 생길지 어떨지 미리 알아야 한다. 그래야 피할 수 있다. 전능한 힘을 가진 존재는 신 말고는 없으니,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지식과 정보를 얻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불안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내가 모르는 것은 쓸데 없는 것들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게 낫다. 내가 모르는 어떤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간, 육체적 해를 당하기 전에 정신건강을 해치게 되므로. (동굴속에 머리만 박고, 자기에겐 위험이 없다고 믿는 타조를 생각해보면 된다. 타조로서는 그게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식에대한 추구는 육체적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고, 전지에 대한 포기는 정신적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이 두가지는 우리의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서 후자, 즉 전지에 대한 포기가 바로 지식을 가진자를 싸가지 없게 보게 만든다.
누군가 나의 무지를 지적한다. 나로서는 그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중요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본능이다. 결국 그 문제는 쓸데 없는 문제이어야 하고, 그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쓸데 없는 걸로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싸가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결국 지식을 가진사람이 지식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이 단순 잘난체를 위해서이건, 이타적인 이유에서건 간에, 싸가지 없게 보이게 되어있다. 어쩔 수가 없다. 보는 사람이 그렇게 보겠다는데 어쩌겠나. 보는 사람들의 본능이 그런 것을 어쩌겠나.
싸가지 있어보이려면, 지식을 드러내지 않으면 된다.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문제를 말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를 알면서 지적하지 않기는 참 어렵고, 그럴 거면 문제를 알 필요도 없다. 차라리 무지해지는 것이 더 쉽다.
진보가 싸기지 있어 보이려면 진보가 무지해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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